붉은 마녀의 산장 #02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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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마녀의 산장 #02 ~ 05

릴레이 소설

붉은 마녀의 산장

천리안 추리문학동호회 회원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 죽었다는 전설의 붉은 마녀가 사는 산장
이 산장의 주인이자 붉은 마녀의 추종자인 귀니
1년에 한번 오픈되는 붉은 마녀의 사냥기간에 모여드는 사람들
과연 산장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그들은 풀 수 있을 것인가?
  • 이 릴레이 소설은 1998년 천리안 추리문학동호회에서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 아래 글들은 문장을 좀 더 매끄럽게 수정한 수정본입니다. <1998-10-25>
 
 
  [02] 글쓴이 : 레븐스 (98.10.12) ------------------------------------------------
 
  봄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생스러웠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는 옆에 지마가 없는 것을 보았지만 무심하게 그저 옷을 갈아입었다.
 
  방문을 열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어젯밤엔 꿈을 꿔서 머리가 아프다. 목도 뻐근한 것 같다. 고개를 돌리다가 그녀는 마녀 도서관 쪽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려 있네.’
  봄비는 마녀 도서관 쪽으로 걸어갔다. 안엔 아무 것도 이상한 것이 없었다. 단지 천장의 고리에 목을 매달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지마의 시체를 제외하고는.
 
  곧이어 비명소리가 산장을 울렸다. 제일 먼저 내려온 것은 행크였다.
 
  "무슨 일... 으악!"
  그도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놀라서 하나 둘씩 1층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세상에! 무슨 일이야, 이게!"
  "자살인가? 자살할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모두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03] 글쓴이 : 지마 (98.10.12)---------------------------------------------------
 
  "이 방이 붉은 마녀가 죽었다는 그 방이란 말이지? 왠지 오싹한 걸. 이런 방에서 일주일동안 지내야 하다니..."
 
  블루가 묵고 있는 방을 획 둘러보며 말했다.
  옆에 있던 그녀의 오빠 네로가 대꾸한다.
  "어제 밤에도 그렇게 말했지만 밤새도록 잘만 자더구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뒤척인걸 생각하면..."
 
  "어제야 피곤해서 그냥 자 버린 거지. 그건 그렇고 이 방에서 묵게된 건 행운이라 생각되네. 어쩌면 붉은 마녀의 전설에 대한 비밀을 좀더 깰 수 있는 찬스가 될지도 몰라."
 
  네로가 말했다.
  "그럴까? 이 방에 무슨 비밀이 있다면 산장 주인인 귀니 님이 쉽게 방을 내어줬을까? 무언가가 있었다면 벌써 귀니 님이 알아차렸겠지. 쓸데없는 몽상은 그만 두자고."
 
  "치이. 상상력은 내 유일한 무기라고요, 오라버니~"
  블루는 네모의 말이 서운하게 들린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왜 하필이면 오빠랑 같은 방을 써야 하는 거지? 아무리 남매라곤 하지만 엄연히 남자와 여자인데, 같은 방을 배정했다는 게 기분이 안 좋네. 그 귀니라는 여자, 좀 이상한 거 아닐까?"
 
  "쩝. 그건 나도 동감이야. 너처럼 수다스런 애랑 같이 방에서 지낸다는 건 나로서도 상당히 불쾌한 일이지. 게다가 그 엄청난 코 고는 소리하며...."
 
  블루가 발끈해서 말한다.
  "오빠! 그 따위 말이 어디 있어? 내 참. 방이 없다고 하니 다른 방으로 바꿔달라 할 수도 없고..."
 
  갑자기 생각난 듯 그녀가 다시 말했다.
  "생각해 보니 그 행크라는 남자도 수상해. 어제 밤에 이쉘이란 사람이 산장에 갑자기 나타났잖아? 그런데 행크 님은 어떻게 그런 낯선 남자랑 같은 방을 쓰려고 할걸까? 게다가 침대는 더블. 오빠 같으면 그런 낯선 남자랑 같은 침대에서 잘 수 있어?"
 
  "글쎄. 지나치게 친절한 것일 수도 있겠지."
  "지나치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거야. 내 생각에는 그 행크란 사람하고 이쉘이란 사람, 예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닌가 생각돼.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블루의 상상력이 다시 발동한 듯 싶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네로는 동생의 그러한 말에는 익숙한 탓에 대꾸하지 않는 것이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응? 그런데 밖에 왜 이리 소란스러운 거지?"
  문 밖으로 사람들이 분주하게 걷는 소리가 들리자 네로가 말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 젖힌다.
  "지마 님이 죽었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무슨 일이야?"
  블루가 네로의 행동을 보더니 호기심에 물어본다.
  네로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마 님 - 우리들을 이 산장까지 태워준 그 남자가... 죽었다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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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는 요란하게 울리는 시계 소리 때문에 잠을 깼다.
  졸렸지만 언제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울리는 시계를 끄고 옷을 갈아입었다. 문득 봄비는 남편인 지마가 침대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으악!"
  요란한 비명소리가 붉은 마녀 산장을 울렸다.
  "무슨 일이에요?"
  봄비는 덜컥 문을 열고 나갔다.
  밖의 마녀 도서관 쪽에 행크가 서 있었다.
  그의 안색은 창백했고,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던 광경을 보자 봄비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마녀 도서관은 어제와는 달랐다. 마녀 도서관은 붉은 마녀 산장답게 천장과 벽, 바닥이 모두 붉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페인트로 책꽂이와 책들을 모두 붉게 칠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 이라면 남자인 행크가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거기엔 거실에 있었던 중세 마녀의 모형의 머리만이 있었다.
 
  그 머리는 누군가가 마녀 모형에서 떼어낸 것으로 현재 지마의 머리 위에 있었다. 지금은 없는 지마의 머리를 대신하려는 듯이.
 
  "나... 난 몰라요. 난 그저 마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려고 와 보니까.."
 
  자신이 의심받는다고 생각했는지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행크는 그렇게 말했다. 하여튼 이렇게 지마는 죽은 것이다.
 
 
  [04] 글쓴이 : 수박 (98.10.12)---------------------------------------------------
 
  "이게 무슨 소리야? 왜 이리 시끄러워?"
  코난이 졸려서 감기는 눈을 겨우 뜨며 문 앞에 멍하니 서있는 레미에게 물었다.
 
  "너희 지마 아저씨가 죽었어. 목이 잘린 채."
  얼굴이 하얗게 된 레미가 코난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너 또 농담하는 거지? 이젠 지겹다 지겨워. 어휴. 근데 하필 농담을 해도 그런 무서운 농담을......."
 
  평소 농담하기를 즐기는 레미를 잘 알고 있는 코난이 레미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듯 이마를 찡그리며 레미를 향해 얼굴을 돌리다가 하얗게 질린 레미의 얼굴을 보곤 농담이 아님을 깨달은 듯 말끝을 흐렸다.
 
  그리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턱에 걸쳐 서있는 레미를 밀치면서 뛰쳐나갔다.
 
  "봄비 아줌마! 아줌마! 어디 계세요?"
  소리치며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간 코난은 활짝 문이 열려있는 마녀 도서관 안에서 거의 실신지경인 봄비를 발견했다.
 
  "봄비 아줌마! 정말인가요? 지마 아저씨가 돌아가셨어요? 아줌마!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넋을 놓고 있던 봄비가 뒤늦게 코난을 발견한 듯 간신히 코난에게 눈을 맞추면서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코난아! 이게 무슨 일이니? 자다가 너희 지마 아저씨가 안보이기에 나와보니 이렇게......"
 
  그러다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 듯 벌떡 일어서며 활짝 열린 도서관 문 앞에 모두 놀란 채 쫙 늘어서 있는 사람들 중에 이쉘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당신이지! 당신이 내 남편을 죽인 거야! 예약하지도 않은 사람이 비를 피한다며 우리 집에 들어섰을 때부터 불길했어! 당신 누구야! 당신 누구냐고!"
 
  이성을 잃은 듯 보이는 봄비가 봄비의 말을 들곤 얼굴이 빨개진 채 당황하며 서있는 이쉘을 향해 눈을 번득이며 달려갔다.
 
  상황 파악을 미처 못한 이쉘이 피해야할지 말지 어떡해야 할지를 몰라 머뭇거리다가 달려온 봄비에게 결국 멱살을 잡히고 말았다.
 
  봄비가 이쉘의 멱살을 붙잡고 악다구니를 치려는 순간 화가 난 듯한 귀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란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이리 아침부터 시끄러운 거야?"
 
  눈을 휘번득거리며 이쉘의 멱살을 붙잡고 있던 봄비가 귀니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리곤 갑자기 흐느끼기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변하면서 이쉘을 잡고있던 손을 스르르 풀었다.
 
  "주인님! 그이가 죽었어요. 목이 잘린 채 죽었어요. 죽었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귀니의 표정이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변했다가 본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며 지마의 시체에 눈을 멈췄다.
 
  한참을 바라보던 귀니가 입만 달삭이 듯 중얼거렸다.
  "붉은 마녀의 저주가 시작됐어.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붉은 마녀의 저주가..."
 
 
  [05] 글쓴이 : 레븐스 (98.10.13)-------------------------------------------------
 
  "우선 경찰에 알려야 되지 않을까요?"
  블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봄비는 그런 블루를 잠시 쳐다보다가 평소의 자세로 돌아갔다.
  "손님께서는 아직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전화는 되지 않습니다. 더욱 더 멋진 여행을 위해서죠. 밀폐된 이 붉은 마녀 산장에서 말입니다."
 
  "우... 우욱..."
  심약해 보이는 네모가 욕지기를 했다. 네모는 아무 말 없이 부들부들 떨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냉철해 보이는 여인 엘러리는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하고 있었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이쉘이 말을 꺼냈다.
 
  "사실 전 의사입니다. 이건 살인 사건 같은데 저도 부검을 많이 해 봤었거든요. 제가 부검을 해도 좋을까요? 우리끼리라도 범인을 잡아야 되지 않을까요? 추리 소설처럼 말입니다."
 
  "이게 무슨 추리 소설이야!"
  다시 격분한 봄비가 이쉘에게 달려들었다. 사람들이 완력으로 그녀를 떼어 냈으나 그녀는 여전히 이쉘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보게, 봄비. 너무 그러지 말게. 그가 죽였다고 드러나지도 않았잖나. 이쉘 씨라고 하셨나요? 부검을 해 보세요. 그러면 어떤 일이라도 알 수 있게 되겠지. 운이 좋으면 범인도 말입니다."
  귀니가 말했다.
 
  "자, 그러면 모두 나가 주세요."
  이쉘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곧 아침을 만들겠습니다."
  봄비가 말했다.
  모두 식탁에 앉았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식사는 훌륭했고, 비록 혼자였지만 봄비의 서비스도 좋았다.
  "자, 여러분. 부검이 끝났습니다."
  이쉘의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 그 곳을 바라보았다.
  "사망 추정 시간은 어제 10시입니다. 산에서는 해가 빨리 지니까 어제 모두 9시에 잠드셨죠? 뭐, 거실에서 텔레비전 같은 걸 보신 분은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셈이죠. 다시 말하지만 사망 추정 시간은 어젯밤 10시부터 11시 사이.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즉 교살입니다. 목을 졸렸죠. 목을 졸린 건 가느다란 끈, 예를 들면 낚싯줄 같은 겁니다. 이상하게도 목이 잘린 건 한참 지난 새벽 3시부터라고 생각되는데요. 이게 이상합니다. 시체는 4시에 발견되었는데 말이죠. 시체 발견 직전에 목을 잘랐다는 뜻일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시체엔 4년 전에 맹장 수술을 한 자국이 있고, 팔이 골절되었던 자국이 있습니다. 골절된 것은 얼마 전일 듯 싶습니다. 또 배꼽 밑에 점이 있습니다. 지마 님이 맞나요?"
 
  "네. 4년 전에 수술을 받았고, 팔은 한 달 전에 2층에서 사고로 떨어져서 생긴 겁니다. 배꼽 밑에도 검고 큰 점이 있어요."
  봄비가 확신하듯이 대답했다.
 
  "아무튼 전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셈이죠. 전 어제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봤으니까요. 다른 분들은?"
  이쉘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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