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06. 종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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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06. 종이 사랑

행복 카페 이야기

Happy Cafe Story

이야기 여섯

종이 사랑

이정세 지음

 
  [에필로그]
 
  행복카페의 주인은 새벽녘의 고요함을 느끼며,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편집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을 닫아 버린 행복카페 안에는 영화 ‘금지된 장난’의 애절한 주제곡이 흐르고 있었고, 주인은 모니터에 나타나 있는 글을 다시 읽어보며, 제목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통신상에서 오고갔던 소년, 소녀의 메일(편지)을 편집하였고, 그 글의 제목을 ‘종이사랑’이라 정하기로 했다.
 
 
  보내는이: 프러브 이 름: 전순미 받는이: 모두
  제 목: 안녕하세요. 프러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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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통신을 처음 시작한 병아리예요.
  지금 중학생이고요, 어여쁜 여학생이지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
  많이많이 가르쳐 주세요.
  편지도 많이 써주시고요.
  그럼 안녕히...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프러브
  제 목: 안녕하세요. 저는 지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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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병아리 시라니 저랑 같네요.
  저도 엊그제 통신을 시작한 진짜 햇병아리랍니다.
  저도 중학생이고요, 편지를 많이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랍니다.
  저랑 공통점이 많으신 것 같으니
  앞으로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으면 합니다.
  제 아이디를 조금 설명해 드릴게요.
  지는 "종이 지"자를 써서 해석을 해보면
  종이사랑이 된 답니다.
  종이처럼 하얀 사랑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지요.
  아직 어리지만...
  프러브는 무슨 뜻인가요?
  답장 기다릴게요...
 
  보내는이: 프러브 이 름: 전순미 받는이: 지사랑
  제 목: 프러브는 이런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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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답장이 늦어서 죄송해요. 많이 기다렸지요 ?
  제 아이디에 대해서 물어 보셨지요 ?
  프러브는 플라토닉러브의 준말이랍니다.
  낭만적인 사랑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종이사랑과 많이 비슷한 것 같네요.
  편지 많이 주세요..
  저도 편지 많이 드릴게요..
  그럼 안녕히...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프러브
  제 목: 플라토닉, 종이, 러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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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맑지요...
  정말이 오늘은 기분이 좋으네요...
  답장이 안 와서 서운하던 참이었는데...
  그런데 프러브 님은 지금 어디에서 사세요 ?
  실례되는 질문일까요 ?
  싫으시면 대답 안 하셔도 돼요...
  이렇게 컴퓨터를 이용해서 편지를 쓰다는 것이
  참 재미있네요...
  다음에 또 쓸게요..
 
  보내는이: 프러브 이 름: 전순미 받는이: 지사랑
  제 목: 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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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답장이 늦어서 정말 서운하셨나 보네요...
  죄송해요....
  저는 지금 병원에 살고 있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
  지사랑 님만 알고 계세요...
  제가 지금 몸이 조금 아프거든요...
  그래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답니다...
  심한 병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여행을 못하고
  있어요.. 병이 낳으면 멀리 여행을 하고 싶어요...
  주사 맞을 시간이네요..이만 줄일게요..
  지사랑 님은 건강하세요..
  물론 건강하시죠 ..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프러브
  제 목: 몸이 아프시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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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아프시다니 정말 걱정이 되네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
  빨리 나으시기를 주일날 교회에 가서 기도를 했답니다.
  제 기도는 명약이거든요...
  제 동생이 배탈이 났을 때도 기도를 했더니 거뜬해졌어요.
  물론 프러브 님은 배탈 때문에 입원하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
  한 번 문병이라도 갔으면 좋겠지만 사정이 그렇지가 않네요.
  빨리 프러브 님의 병이 낳기를 매일 기도 들릴게요...
 
  보내는이: 프러브 이 름: 전순미 받는이: 지사랑
  제 목: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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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많이 아픈 병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를 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참으로 기분이 좋네요..
  언니가 꽃을 한아름 갖다 주었답니다.
  재스민 이였는데....꽃말을 아세요..?
  행복이라는 꽃말을 지녔어요...
  저는 정말 행복하답니다...
  종이 사랑님도 물론 행복하시죠 ?
  다음에 또 쓸게요...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프러브
  제 목: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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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재스민을 좋아해요.
  행복이란 언제나 마음속에 있다고 믿고 있지요.
  나는 행복하다고 믿는다면 행복은 곧장
  나에게로 다가오지요...
  프러브 님도 언제나 행복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정말 행복해 진답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병원에서 어떻게 컴퓨터를 치시나요 ?
  설마 병실에 컴퓨터를 들여놓은 것은 아닐텐데요..
  저도 재스민 한아름을 드리지요.
 
  보내는이: 프러브 이 름: 전순미 받는이: 지사랑
  제 목: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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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스민 한아름 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행복하네요...
  계속 이렇게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언니가 제가 입원한 병원에서 간호원으로 일해요.
  아주 예쁜 언니예요...저보다도 저 예뻐요.
  언니가 컴퓨터를 제 병실에다가 갖다 줬어요...
  그런데 요즘은 기운이 없어서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지를 못해요...
  지사랑님에게 편지를 많이 드리고 싶은데...
  저는 다음 주에 수술을 받는 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지 않겠어요.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프러브
  제 목: 많이 아프신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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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에 수술을 받으시다니요 ...
  많이 아프신가 봐요...
  제가 기도를 많이 했답니다...
  빨리 프러브 님의 병을 낳게 해달라고요..
  제발 빨리 낳으세요...
  너무 걱정이 된답니다.
  제가 재스민 한아름 더 드릴게요...
 
  보내는이: 프러브 이 름: 전순미 받는이: 지사랑
  제 목: 바로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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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내일 수술을 받아요...
  너무 무서워요...
  의사 선생님은 금방 끝난다고 해요.
  수술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도 모른데요...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은 되는데
  그래도 무서워요...
  지사랑님 저를 위해 꼭 기도를 해주세요...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프러브
  제 목: 기도 많이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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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지금쯤 수술을 받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어제는 프러브님의 수술이 잘되기를 밤새워 기도 드렸답니다.
  부디 수술이 잘 끝나 이 편지를 읽기를 바래요..
  그렇게 많이 아픈 병은 아니라고 하셨으니
  금방 끝나겠지요 ?
  저는 지금 이 순간도 프러브 님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답니다.
  하느님, 프러브님의 병이 하루 빨리 낳게 해주세요...
  낳게만 해주신다면
  어떤, 그 어떤 일이라도 하겠어요...
  엄마 말도 잘 듣고요, 용돈도 아껴서 쓸게요.
  동생 괴롭히지 않고요,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그러니까 프러브 님이 아프지 않게 수술을 받도록 해주세요..
  부탁 들려요, 하느님..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프러브
  제 목: 왜 편지가 안 오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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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러브 님 왜 편지를 안 해주세요...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수술은 잘 받으셨겠지요 ?
  제가 기도를 열심히 했으니까 분명 아프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요...
  그런데 편지는 왜 안 주시는 거죠 ?
  너무 걱정이 되네요...
  제 걱정을 씻어 주세요...
  그럼 프러브 님 편지 기다릴게요...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프러브
  제 목: 이주일이 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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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일이 지났어요...
  아직도 프러브님의 편지를 오지 않았네요...
  아, 알겠어요...
  병이 깨끗하게 낳아서 어디 여행을 가셨나 보네요..
  항상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셨지요 ?
  여행에서 돌아오시면 꼭 편지 주세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보내는이: 프러브 이 름: 전순미 받는이: 지사랑
  제 목: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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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지사랑님...
  연락이 너무 늦었군요...
  진작 드렸어야 하는데...
  저는 순미의 언니랍니다...
  동생의 아이디로 들어왔더니 지사랑 님의 편지가 와있더군요.
  동생이 지사랑님의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언제나 웃으면서 지사랑님에게 온 편지를
  얘기했었지요....
  지금은...
 
  동생은 치유 불가능한 병에 걸려서 입원을 했었답니다...
  그래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지요...
  지사랑님 덕분예요...
  동생이 수술 받기 전에 쓴 일기가 있어서 적어 놓습니다...
 
  어젯밤에는 꿈을 꾸었어요.
  아주 행복한 꿈이었는데...
  지사랑 님에게만 알려 드릴 생각이에요..
  언니에게도 비밀이에요..
  내일 아침 일찍 수술을 받아야 하니까 수술 끝난 다음에
  지사랑님에게 꿈 얘기를 해야겠어요...
  정말 행복한 꿈이었는데...
  일기장 님에게만 살짝 알려드릴까요 ?
  어젯밤에 저는 천국에 있었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재스민이 가득한 곳이었어요....
  칸나 꽃도 무척 많았고요....
  저는 그 곳에서 춤을 추었답니다...
  아주 행복한 꿈이었어요...
  어서 지사랑님에게 알려 주고 싶은데...
 
  보내는이: 지사랑 이 름: 심지훈 받는이: 지사랑
  제 목: 종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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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인가 살며시 다가온 편지 한 통에
  종이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종이처럼 하얀 사랑이요...
 
 
  이제
  종이 사랑을 만들어준 사람은 갔지만
  종이처럼 하얀 사랑은 아직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답니다...
 
  프러브님...
  어디에선가 이 편지를 읽고 계시겠지요..
  얼굴도 모르지만 프러브님은
  무척 예쁜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한번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이제 기회가 없겠지요..
 
  수술을 받으시기 전날 밤에
  무척 행복한 꿈을 꾸셨다지요...
  재스민과 칸나 꽃이 가득한 곳에서 춤을 춘 꿈을요..
  그런데 프러브님..
  저는 칸나 꽃의 꽃말을 알고 있답니다..
  칸나 꽃의 꽃말은...
  행복한 죽음 ...
 
  안녕...
  프러브님...
 
  Fin...
 
  ..........................................................
  글을 마치고
 
  ‘종이사랑’을 쓴지 3년이 다 되어 가는 듯 하다. 갓 통신을 시작했을 무렵, 키쓰라는 아이디를 가진 분이 올린 통신소설에 자극을 받아 나도 써보자 해서 쓴 소설들 중 하나가 ‘종이사랑’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당시에도 글재주가 없는 편이라 이 짧은 글을 쓰는데 일요일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었다. 대낮에 컴퓨터 앞에 앉아 소년, 소녀가 나눈 메일을 적어가며 나도 모르게 슬픈 감정이 밀려와 눈물을 찔끔거렸던 것이 벌써 3년 전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졸작임에도 불구하고 ‘93 천리안 컴퓨터 문단 모음집’에 채택되어, 나 자신에게 용기를 준 것은 사실이고, 아직까지도 글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게 해 준 듯 싶다.
 
  3년 전에 비해 점점 확산되어 가고 있는 통신의 물결 속에 남모르는 사연도 많겠지만, ‘종이사랑’의 소년, 소녀의 이야기는 너무나 애닮은 마음이 들뿐이다.
 
  한번쯤 이런 사랑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들도 한번쯤 통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문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제 통신세대에 접어들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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