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12 탈출·도망·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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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12 탈출·도망·도피

  Act.12 탈출·도망·도피
 
  지옥에서 나오자마자 겟슈는 저승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을 눈치챘다. 그는 지나가는 저승사자를 붙들고 무슨 일이냐고 다그쳤다.
 
  “영혼 하나가 탈출했답니다.”
  “영혼이 탈출을?”
  염라에게 판결을 기다리는 영혼이 탈출을 시도한 적은 간혹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은 다시 잡혀와 처벌을 받고 지옥으로 떨어졌으며, 무사히 도망친 영혼은 이승을 떠돌다가 에너지가 떨어져 소멸되거나 집단 엑스에게 붙잡혔다.
 
  겟슈는 그 소식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염라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염라는 방안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이승의 코메디 프로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겟슈가 들어서자 염라가 말했다.
 
  “이제는 코메디 프로도 재미가 없군. 요즘은 도통 웃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모처럼 코메디 프로를 보며 웃으려 했는데, 역시 웃음이 나오지 않아. 지옥에서는 일이 잘 끝났나?”
 
  겟슈가 말했다.
  “네. 4명의 영혼을 모두 만나보고 왔습니다.”
  “만나본 소감은?”
  “쇼이치 등 세 명 역시 강인한 자들이었습니다. 엑스의 편에 선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하지만 후미다 역시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에게 공격능력을 준다면 엑스와 필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음, 좋아. 자네의 영혼 보는 눈은 정확하니까. 조금은 안심이 되는군. 그럼, 당장 그들을 데리고 이승으로 내려가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문영호도 합께 데리고 가겠습니다.”
  염라는 눈썹을 치켜들고, 겟슈를 쳐다보았다.
  “자넨, 아직 모르고 있었나? 문영호의 영혼은 탈출했다네. 자네가 지옥에 가 있는 동안에 말일세.”
 
  겟슈는 아차 싶었다. 탈출한 영혼이 문영호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탈출을 했습니까? 문이 잠겨 있었을 텐데요?”
  “검은 두건을 쓴 자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서 그를 데리고 나갔네. 아마도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두건을 쓴 모양이야.”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럼 아직 찾지 못한 겁니까?”
  “그래. 지금 인원을 풀어서 궁의 곳곳을 수색하고 있는 중이니 조만간 연락이 있겠지.”
 
  “도대체 누가? 감시 카메라를 의식하고, 문을 열 수 있는 자라면 저승사자들 중에 범인이 있겠군요.”
 
  겟슈는 문영호의 탈출을 도와줄 만한 자를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한 인물을 생각해 내었다.
 
  “설마, 쥬리가...”
  “자네의 추리가 맞을 걸세. 하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그녀는 문영호가 탈출했을 시간에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는군. 지금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현재 문영호가 숨어있을 만한 곳을 수색하고 있는 중이라네.”
 
  “당장 쥬리를 고문하겠습니다.”
  염라가 손을 들어 겟슈를 말렸다.
  “그러지 말게. 아무런 증거 없이 쥬리를 고문했다가는 저승사자들의 반감만 살 뿐이야. 저승사자들의 반감을 사봐야 좋은 일이 뭐 있겠나. 괜스레 레벨들만 좋게 해주는 결과라고.”
 
  “그럼 레벨이 탈출을 도왔다는 말씀인가요?”
  “그럴 수도 있겠지. 쥬리가 레벨일 가능성이 높으니 레벨이 문영호를 탈출시켰다고 추리를 해도 틀리진 않겠지.”
 
  “하지만, 그들이 무엇 때문에 문영호를... 그들에게 문영호는 단순한 희생양일 텐데.”
 
  “나도 그게 의문일세. 레벨에게 문영호는 희생양일 뿐 쓸모 있는 존재가 아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출을 시켰다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던가 아니면 쥬리의 개인적인 행동이겠지.”
 
  “음.”
  “문제는 엑스야. 그가 문영호의 영혼도 교환의 조건으로 내세웠는데, 지금 문영호는 탈출하고 없으니까 말이지.”
 
  겟슈는 그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세웠다.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엑스가 원하는 것은 그의 동료들이지 문영호가 핵심은 아니니 괜찮을 겁니다.”
 
  “그래, 그렇겠지. 뭐, 문영호에 대해선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네. 도망가봐야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이지. 아직 저승 어딘가에 있을 테니 찾는 건 시간 문제야. 자네는 문영오의 영혼부터 수거해 오도록 하게. 그 일부터 해결해야 마음이 놓일 듯 싶으니 말이야.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감사가 얼마 남지 않았네. 그 안에 모든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린 끝장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게.”
  겟슈가 나가자 염라는 다시 텔레비전의 코메디 프로에 몰두하려 했다.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우스개 소리가 모두 유치하게 들려왔다. 염라는 신경질적으로 리모콘의 버튼을 눌러 텔레비전을 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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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을 나온 겟슈는 쥬리와 함께 김덕민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
  “애초부터 불안한 여자였어. 결국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군. 아무래도 김덕민을 지옥에서 빼와야 할 것 같군. 그 자를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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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호는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용희가 한마디했다.
 
  “아저씨, 진정하고 가만히 앉아 계세요. 누가 잡으러 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영호가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만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쥬리 누나 때문에 그래요?”
  영호가 용희를 쳐다보면 물었다.
 
  “그 아가씨랑 친하니?”
  “네. 저승에서 가장 친해요.”
  “믿을 만하니?”
 
  용희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아’ 소리를 냈다.
  “아저씨는 지금 누나를 의심하는 거죠?”
  “그래, 사실이다.”
  “하지만 누난 나쁜 영혼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나를 잘못 데려온 건 그 아가씨가 아니니?”
  “실수로 잘못 데려온 거잖아요. 누나는 영혼을 데려오는 일에 익숙지 못해서 그런 실수를 한 거예요. 한번 실수는 눈감아 주는 거래요.”
 
  “정말 실수도 데려온 것일까? 그 말조차 난 믿을 수가 없어.”
  “누나가 일부러 아저씨를 데려왔다고 해도 피치 못할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전 누나를 믿어요.”
 
  “난 믿을 수가 없어.”
  “그럼, 뭐 하러 누나를 쫓아 오셨어요? 그냥 방에 계속 있지 않고요.”
 
  “그건...”
  영호는 할말을 잃었다. 그는 한참 뒤에 말문을 열었다.
  “사실은 나도 그 아가씨를 믿고 싶단다. 하지만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들어. 내가 저승으로 오게 된 것은 순전히 그 아가씨 잘못 때문이잖아. 게다가 지금은 염라가 나의 영혼마저 소멸하려 하고 있어. 이게 다 누구 잘못이겠니?”
 
  “그래서 누나는 아저씰 도와주려는 거잖아요. 누나도 죄책감 때문에 아저씨를 탈출시킨 거고요. 아직도 모르세요? 누나는 아저씨를 좋아하고 있다고요.”
 
  영호는 서성거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굳은 듯이 서고 말았다.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말. 첫사랑에게서 들어본 이후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영호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용희 옆에 주저앉았다.
 
  “그 말 사실이니?”
  “아저씬 너무 의심이 많은 거 같아요. 제 생각이 거의 맞을 거예요. 누나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고요.”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본 적이 없을 텐데. 나를 저승으로 데려올 때 외에는 만난 적도 없다고.”
 
  “좋아한다는 감정을 갖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첫 눈에 반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누나는 아저씨를 데려오면서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좋아하게 된 거예요.”
 
  용희의 그 말은 영호의 가슴속에 있던 쥬리에 대한 불신감을 어느 정도 씻어 주었다. 영호는 더 이상 쥬리의 잘못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쥬리 역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위해 탈출을 시켜주지 않았던가. 영호는 용희 말대로 쥬리는 좋은 아가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희가 물었다.
  “아저씬 이승에서 무엇을 하셨어요?”
  “조그만 출판사에 있었단다. 월급도 적당했고 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았지. 넌 어린 나이에 죽은 거 같구나?”
 
  “네. 부모님 병원비를 소매치기 당했어요. 그 소매치기를 잡으러 가다가 그만 칼에 찔려서 죽고 말았어요.”
 
  “저런.”
  용희는 아무 스스럼없이 이승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고, 영호는 묵묵히 이야길 들어주었다. 이야기를 마친 용희는 부모님 생각이 나 눈물을 글썽였다.
 
  “너도 쥬리처럼 슬픈 영혼이구나.”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누나로부터 이승에 있는 부모님 이야기를 가끔 전해 듣거든요. 그걸 위안 삼아서 지내요. 그래도 누나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에요. 누나는 친구 때문에 매일 슬퍼하고 있거든요.”
 
  영호는 염라를 만나기 전에 쥬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는 쥬리가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어쩌다가 그녀를 미워하게 되었을까. 그녀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일을 했겠지. 영호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용희는 눈치 빠르게 화제를 바꾸었다.
  “아저씨 궁금한 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저도 저승에 온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저승사자 형이나 누나들에게 들은 게 많아 꽤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글쎄, 갑자기 물어보니까 궁금한 것이 생각 안 나는데. 아, 하나 있다.”
 
  용희가 귀를 쫑긋 세우는 시늉을 해 영호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저승에 올 때도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인데. 음, 뭐냐하면 이곳에 외국 사람들의 영혼도 있잖아. 서로 언어가 틀릴텐데도 서로 대화를 하고 있더라고.”
 
  “아, 그거요. 후후, 실은 저도 처음에는 그 점이 상당히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별거 아니더라고요. 텔레파시라는 거 아시죠? 그거와 비슷한 원리예요. 지금 아저씨랑 저랑 서로 입을 열어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실재로는 입으로 나오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고 정신으로 느끼는 거예요. 외국 사람이 말을 하면 그 말을 듣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대화하고자 하는 내용을 내 자신이 느끼는 거죠. 그래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설명이 좀 이상하죠?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줘요.”
 
  “아니 대강 알겠어. 결국은 상대방의 마음을 느낀다는 거구나.”
 
  “그렇죠. 상대방이 슬프면 그 감정을 느끼게 되고, 상대방의 표정이 되는 거예요. 이승에서는 표정을 보고 저 사람이 슬프다고 느끼게 되지만 저승에서는 그 반대인 셈이죠. 상대방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을 먼저 느낀 다음에 그것을 토대로 상대방의 표정을 알게 되는 거예요. 영혼들이 죽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올라오는 것 역시 그 때문이죠. 죽었을 때 자신이 어떤 모습에 어떤 옷을 입고 죽었다는 것이 잠재의식 속에 있어요. 상대방은 그런 영혼의 잠재의식을 읽고, 그 영혼이 어떤 모습에 어떤 옷을 입고 있을 거라 추측하는 거죠. 예를 들자면 지금 아저씨가 저를 보고는 있지만 그건 내 잠재의식을 읽은 아저씨가 나름대로 추측한 모습이에요.”
 
  “상당히 복잡한 걸.”
  “맞아요. 영혼의 입장에서 보려고 하면 상당히 복잡해요. 그냥 이대로 보는 것이 차라리 속편 해요.”
 
  “그래도 조금은 이해는 간다.”
  “다른 거 또 궁금한 거는 없으세요?”
  “동물들의 영혼은 없니?”
  “동물들의 영혼요? 저승에 동물들이 없는 것을 보면 동물들에게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동물들만의 저승이 따로 있겠죠, 뭐. 그건 잘 모르겠네요.”
 
  “너도 모르는 것이 있구나.”
  “헤헤.”
  용희는 천진스럽게 웃었다. 영호는 용희가 좋은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용희가 믿고 있는 쥬리 역시 좋은 아가씨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영호는 문뜩 쥬리가 걱정이 되었다.
 
  “나를 탈출시킨 영혼이 쥬리라는 것을 염라가 알게 되면 쥬리는 어떻게 되지?”
 
  용희도 걱정이 된다는 표정이었다.
  “아저씨를 탈출시킨 죄로 지옥에 가게 되겠죠. 그곳에서 끝없는 고통을 당하게 될 거예요.”
 
  영호는 자신을 원망했다. 지옥으로 가게 되는 위험성을 안고 자신을 구하려 했던 쥬리를 원망과 의심의 눈빛으로 쳐다보았으니 자신은 나쁜 놈이라고 스스로 자책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누나가 스스로 택해서 한 일이니까. 누나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영호가 말을 하려 할 때, 문이 열리고 쥬리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영호는 일어나 상기되어있는 쥬리의 얼굴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설마, 염라에게 고문을 당한 건 아니겠지.’
  “누나 괜찮아?”
  “응. 수색대들이 물어보길래 공원에 있었다고 잡아뗐어. 하지만 나를 의심하고 있을 거야.”
 
  영호가 말했다.
  “미안해. 나 때문에 곤란을 겪게 되어서.”
  쥬리는 영호 쪽을 쳐다봤다. 그녀가 말했다.
  “아니에요. 곤란을 겪은 쪽은 저보다는 아저씨잖아요.”
  “하지만 쥬리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잖아.”
  “그건 그래요.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나아요.”
 
  용희가 끼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누나?”
  “이곳에 오래 있을 수는 없어. 궁 안의 모든 방안을 지금 수색대가 뒤지고 있으니까 서둘러 나가야 돼.”
 
  용희가 말했다.
  “저승에서 숨을 만한 곳이 없을 텐데.”
  “그건 네 말이 맞아. 염라로부터 안전하게 도망치려면 이승으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윗분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돼. 하지만 윗분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천국의 문을 통과해야 되는데 염라는 이미 천국의 문을 지키고 서있을 거야. 결국 이승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애. 이승으로 나가는 출구는 많으니까 일일이 지키고 있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누나. 이승에서는 영혼 에너지 없이는 오래 있을 수 없잖아.”
 
  쥬리가 살짝 웃었다.
  “다음 주에 저승 감사가 있어. 윗분들이 직접 내려와서 실시하는 감사야. 그때까지만 이승에 숨어 있으면 돼. 감사가 이루어지는 날에 다시 저승으로 돌아와 윗분들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겠어. 그러면 아저씬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멋진 계획이다, 누나.”
  “그럼 서둘러 나가요. 언제 수색대들이 올 지 모르니까요.”
  쥬리는 영호에게 재촉을 했다. 용희가 쥬리에게 말했다.
  “누나, 나도 따라갈래.”
  쥬리가 놀라며 말했다.
  “안돼. 이건 위험한 일이야. 너까지 피해를 주기는 싫어. 그러니 넌 여기에 있어. 잡히게 되면 어떻게 된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잖니.”
 
  “싫어. 난 우리 부모님을 보고 싶어. 그래서 내가 저승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부모님에게 알려주고 싶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도 따라가겠어.”
 
  용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고 있었다. 영호는 쥬리를 쳐다보았다. 쥬리는 빨리 결정을 해야 했다.
 
  “좋아. 그럼 같이 가자.”
  용호, 쥬리, 용희는 방을 빠져나가 복도를 뛰었다. 앞쪽에서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그들은 모퉁이를 돌아 다른 복도를 달려야 했다.
 
  문영호의 탈출은 저승사자들에게 알려져 있는 상태였고, 수색대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승사자들은 궁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문영호를 찾고 있었다. 쥬리는 궁을 쉽사리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앞쪽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려오자 쥬리는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어떻게 할 지 생각에 잠겼다. 용희가 말했다.
 
  “누나, 저곳으로 탈출하자.”
  용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복도의 천장에 나 있는 환풍기였다. 쥬리는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그녀는 환풍기의 철망을 떼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뒤를 이어 용희와 영호 들어왔다.
 
  환풍기 통은 좁기는 했지만 지나가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들은 있는 힘을 다해 팔꿈치와 무릎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에게 그 시간은 숨막히게 조여오는 공포의 시간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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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라는 모니터 실에서 궁의 각 부분을 살펴보고 있었다.
  문영호와 쥬리와 꼬마 아이가 복도를 뛰어가는 장면이 D­1 모니터에 나타나자 염라는 수화기를 들어 지시를 했다.
 
  “문영호와 쥬리는 저승사자 구역의 D 복도에 있다. 서둘러 수색대를 투입시키도록.”
 
  염라는 D­2 모니터를 문영호와 쥬리가 뛰어가고 있는 앞쪽을 비추도록 조작했다. 한참이 지나도록 D­2 모니터에 문영호와 쥬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는 당황했다.
 
  D 복도에 투입되었던 조사반의 연락이 왔다.
  “D 복도에 도착했지만 문영호는 흔적도 없습니다. 맞은편에서 온 수색대들도 그들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근처의 모든 방을 뒤져보았지만 그들은 없습니다.”
 
  염라는 화가 치밀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빌어먹을. 다 잡은 것을 놓쳤단 말이야. 젠장. 대체 그 놈들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저승에서 문영호의 수색대들이 소동을 벌이고 있을 때, 겟슈는 네 명의 영혼을 데리고 엑스와 만나기로 한 흉가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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