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11 지옥을 방문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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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11 지옥을 방문하는데

  Act.11 지옥을 방문하는데
 
  하데스는 기분이 언짢았다. 원래 지옥의 일이란 것 자체가 유쾌함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은 업무에서 오는 짜증보다는 보기 싫은 것을 억지로 봐야만 하는데서 오는 그러한 불편함이었다.
 
  하데스는 겟슈라는 작자가 탐탁지 않았다. 그 녀석이 저승에 발을 들여놓기 훨씬 전부터 지옥을 담당하고 있었던 터라 굵고 작은 저승의 일은 훤히 알고 있는 하데스였다. 언제부터인가 겟슈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귀로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염라의 오른팔 격이라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데스는 그러한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염라가 담당하고 있는 저승과 하데스가 담당하는 지옥은 별개의 것이기에 겟슈라는 녀석의 급성장에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데스는 겟슈를 볼 때마다 언짢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것은 아마도 겟슈의 숨은 야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알게 모르게 피어나는 겟슈의 눈빛에서 하데스는 그것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자신과 흡사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겟슈가 하데스로서는 몹시도 못마땅했다.
 
  지금 그 못마땅한 겟슈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하데스는 퉁명하게 물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오?”
  겟슈는 불필요한 말을 꺼내는 대신에, 명단이 적혀 있는 서류를 꺼내어 하데스에게 내밀었다.
 
  하데스는 서류에 적혀 있는 명단을 쭉 훑어보았다. 명단의 인물들은 모두 이승에서 무거운 죄를 지은 자들이었다.
 
  “모두 중죄인들이군. 그런데 이들은 무엇에 쓰려고 그러는 거요?”
 
  겟슈가 말했다.
  “이승에서 설치고 있는 집단 엑스의 토벌대를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집단 엑스? 이승의 부유령 집단 말인가요? 한번 들어본 것은 같은데... 그들이 꽤나 큰 조직이었나 보군. 이렇게 쟁쟁한 녀석들로 토벌대를 구성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염라도 꽤나 안전부절 못하겠군, 그래.”
 
  겟슈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지옥 책임자인 하데스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대화로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하데스는 서투른 솜씨로 키보드를 두드려 명단에 있는 이름을 살펴보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그는 쉴새없이 투정을 부렸다.
 
  “정말이지 컴퓨터는 마음에 들지 않아. 키보드 치는 것도 힘이 들고 잦은 고장도 많아. 그냥 예전처럼 종이에다가 기록하는 게 좋은데 말이지. 일일이 서류를 뒤적이며 찾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기는 하지만, 난 역시 옛날 영혼이라 이런 건 안 어울린다고. 으음, 그들에 대한 정보가 나왔군. 역시 빠르긴 빨라.”
 
  겟슈는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그의 예상대로 명단에 올라와 있는 이름 중 세 명만이 지옥에 있었다. 엑스가 명단에 올려놓은 셋과 엑스와 앙숙이었던 후미다라는 영혼, 그리고 또 하나의 영혼까지 모두 다섯 명의 영혼을 만나봐야 한다.
 
  “이들을 지금 빼 갈 거요?”
  “우선은 네 명만. 나머지 한 명은 나중에 필요하면 빼 낼 생각입니다.”
 
  “좋도록 하시오. 감사에 걸리지 않게끔 서류만 꾸며 주시오.”
  겟슈는 짧게 대답하고 하데스로부터 지옥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출입증을 받은 다음 형벌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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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이치는 작은 키에 얇삭하게 생긴 자로 이승에서는 칼을 잘 다루기로 소문난 녀석이었다. 엑스와는 거의 같은 시기에 야마구찌구미에 가입을 한 동기이기도 했다. 저승에서는 칼 다루는 솜씨가 과연 얼마나 필요한 지는 모르겠지만 엑스에게 정신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충분한 인물인 듯했다. 그는 지금 23명을 죽인 죄로 인해 유황불에 달구어지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형벌이 마쳐지기까지는 앞으로 5년 정도 있어야 한다.
 
  도노무라는 2미터는 됨직한 장신으로 성격 역시 괴팍하기 짝이 없었다. 13명의 경찰을 주먹으로 때려죽일 정도의 괴력을 소유한 자로 엑스의 밑에서 행동대장으로 일하던 자였다. 겟슈는 이 자가 영혼에게 공격을 가하는 기술을 익히면 상당히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 될 거라 예상했다. 도노무라 역시 살인죄로 인하여 지옥견(犬)에게 쫓기어 살점을 뜯기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뜯기어진 살은 다시 아물고, 다시 지옥견의 이빨에 물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고통의 지옥에서 그는 앞으로 7년을 더 있어야 한다.
 
  마사오는 쇼이치처럼 작은 키에, 그렇게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아 처음 마주 대했을 때는 건달 같은 인상을 풍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기록에는 50여명이 넘는 부녀자들을 납치하여 강간하고 살해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대단히 머리가 좋은 자로, 이승 때에는 엑스의 참모 격으로 있던 자였다. 만일 이 자가 엑스와 함께 집단을 이끌어 간다면 상당히 위협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고 겟슈는 생각했다. 그 역시 절단의 지옥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불에 달구어진 가위로 혀가 잘리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었다. 잘려진 혀는 다시 자라나고 다시 잘리게 된다. 마사오는 이와 같은 형벌을 4년이나 더 받아야 환생을 할 수 있다.
 
  겟슈는 세 명을 살펴본 결과 엑스에게 상당히 커다란 힘이 되어 줄 인물들임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염라에게 달려가 엑스와의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의견을 내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무엇보다도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묵묵하게 엑스에 대한 분노만 삭일 뿐이었다.
 
  그는 이승에서 엑스와 앙숙이었던 후미다를 만나 보기로 했다. 지금 상황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후미다였다. 그가 만일 먼저 만났던 쇼이치, 도노무라, 마사오 보다 월등한 실력의 소유자라면 가능성은 있다. 만일 그렇다면 그의 전투능력을 늘려주는 것만으로 쉽게 엑스를 제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미다 역시 범죄 조직에 있던 자다. 그가 제 2의 엑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의 전투능력을 올려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필요한 조치일지는 모르지만, 훗날 위험성을 내포한 적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겟슈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과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후미다를 만났다.
 
  후미다를 처음 본 순간 겟슈가 느낀 것은 ‘강한 놈’이란 느낌이었다. 앞에서 만났던 쇼이치, 도노무라, 마사오는 지옥의 고통에 울부짖고 있는 나약한 영혼이었던 반면에 후미다는 강한 반항심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있었다.
 
  길이 1미터의 얇은 바늘을 불에 달구어 몸 여기저기에 마구 꽂는 형벌을 받으면서도 그는 꿋꿋하게 고통을 이기려 애쓰고 있었다. 몸에 200여 개의 긴바늘이 꽂히어 있어 보기에서 흉측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겟슈는 만족해했다.
 
  쇼이치, 도노무라, 마사오 보다 훨씬 강한 정신력을 후미다는 가지고 있었다. 잘만 하면 집단 엑스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견딜 만한가, 후미다?”
  후미다는 무서운 눈초리로 앞에 서있는 겟슈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누구야?”
  “후미다, 당신을 도와주려고 왔다.”
  “흥.”
  후미다는 코웃음을 쳤다.
  “날 도와준다고? 그럼, 당신이 대신 불에 달구어진 바늘을 꽂을 텐가?”
 
  겟슈는 후미다의 말에는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지옥에서 꺼내어 줄 수 있다.”
  “하하하. 웃기는 군. 나를 지옥에서 꺼내 주겠다고? 이 처참한 지옥에서 말이지? 재미있군, 그래. 댓가는?”
 
  “우리 일을 몇 가지 도와주면 돼.”
  “거절하겠다.”
  겟슈가 이미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후미다의 형벌은 앞으로 1년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후미다는 차라리 그 기간을 채우는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겟슈가 말했다.
 
  “거절한 이유를 알 것 같군. 하지만 당신이 거절하지 못할 이유를 말해주지. 다케오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나?”
 
  갑자기 후미다가 고개를 번쩍 들어 겟슈를 노려보았다.
  “다케오? 물론 알고 있는 이름이고 말고. 이렇게 죽어서 지옥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그 이름을 잊을 수는 없지. 나를 죽이고 내 마누라를 강간한 놈의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다케오, 그 놈이 지금 이곳에 있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저승에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을 했다. 우리가 부탁하려고 하는 일은 그를 없애주는 일이야.”
 
  겟슈는 후미다가 망설이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겟슈가 한마미 덧붙였다.
 
  “그에게 복수를 하고 싶겠지? 자네가 지금 이 뜨거운 지옥에서 당하고 있는 만큼 복수를 하고 싶을 게야. 하지만 남은 기간을 마치고, 육체를 얻어 환생한다면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고작 갓난아이인 당신이 칼을 들고, 총을 들고 그의 목을 딸 수 있을까? 잘 생각해 보라고. 우리는 자네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니까.”
 
  후미다는 한참을 생각한 뒤에 말했다.
  “그럼 좋다. 당신네들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지. 대신 나도 조건이 하나 있다.”
 
  “뭐지?”
  “그를 없애는 일은 나 혼자 한다. 당신들이 도와주는 일은 삼가해 주었으면 해. 그 놈은 내 손으로 잡겠어.”
 
  겟슈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후미다를 설득하는 일은 이로서 마무리 지어졌다.
  겟슈는 후미다를 마지막으로 하여 지옥에서 벗어나려다가 멈칫했다. 자신이 만나려 했던 마지막 영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자도 한번 만나보는 게 좋을 듯 싶군. 어쩌면 필요할 지 모르니까.”
  그는 성(性)의 지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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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에는 팔열(八熱), 팔한(八寒)지옥이 있으며, 팔열지옥의 주변에는 각각 16유증(遊增)지옥이 있고, 고독(孤獨)지옥이 존재하고 있다. 팔열지옥에는 영혼끼리 서로 죽이며 고통을 받다가 찬바람이 불어 살아나면 다시 뜨거운 고통을 받는 등활(等活)지옥, 뜨겁고 검은 밧줄로 신체를 묶이고 수족이 끊기는 고통을 받는 흑승(黑繩)지옥, 여러 가지 고통이 한꺼번에 닥쳐와 몸을 핍박하는 중합(衆合)지옥, 많은 고통이 엄습하여 슬픈 고함소리를 지르게 되는 호규(號叫)지옥, 뜨거운 불길이 몸을 둘러싸 견디기 어려운 염열(炎熱)지옥, 내외, 자타의 몸이 모두 맹렬한 불꽃을 내며 서로 태우는 극열(極熱)지옥, 고통이 쉴 사이 없이 닥치는 무간(無間) 또는 아비(阿鼻)지옥이 있다.
 
  이러한 팔열지옥과 직각으로 교차하여 옆으로 팔한지옥이 있고, 팔열지옥의 하나 하나에 4개의 문이 있으며 그 4문의 각각에 4개씩의 가책(苛責)의 장소가 있어, 팔열지옥에는 16소지옥, 전체로서는 128개의 지옥이 있는 셈이다.
 
  지옥으로 오게 되는 영혼들은 각기 이승에서 저지른 죄의 중량에 따라 각 지옥으로 갈라서게 되며, 그에 가해지는 고통 역시 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살인을 한 자는 불에 달군 바늘로 몸이 꿰뚫어지는 고통이나 지옥의 개에게 쫓기어 살점이 찢기는 고통을 당하며,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친 자는 혀가 잘리는 고통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 자는 심장이 꺼내어지는 고통을, 강간을 한 자는 성기(性器)가 계속 잘리는 고통이나 여자에게 쉴새없이 강간을 당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요부(妖婦)나 간신 같은 여자들에게는 성기에 깔대기를 꽂고, 끓는 유황을 집어넣는 고통을 가한다.
 
  겟슈가 만나려고 하는 김덕민이라는 자는 성(性)의 지옥 중에서도 강간(强姦)의 지옥에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운동장 만한 크기의 밀폐된 방에 이승에서 여자를 괴롭히다가 온 남자 영혼 10명이 100명이나 되는 벌거벗은 지옥녀(地獄女)들과 함께 갇혀 있다.
 
  지옥녀들은 끝없는 성욕(性慾)으로 남자 영혼들의 성기(性器)를 찾아 방안을 헤맨다. 남자 영혼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자신의 성기를 지옥녀의 입과 성기와 항문에 넣어야 했고, 한 명의 지옥녀가 물러가면 다른 지옥녀가 달려들어 끝없는 성의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자꾸만 빠져나가는 정력을 멈추기 위해 남자 영혼들은 지옥녀를 뿌리치고 달아나지만 어디로 가든 지옥녀가 악착같이 달려들어 그들의 정력을 빨아들인다. 빠질 데로 빠져버린 정력을 지옥녀들이 억지로 빨아들이려 하면 남자의 성기에서는 정력 대신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고, 입에서도 피를 토해 그야말로 죽지 못하는 고통이 엄습해 온다.
 
  겟슈는 강간의 지옥을 담당하고 있는 사자(死者)에게 김덕민의 면회를 요청했다.
 
  면회실로 들어온 김덕민은 벌거벗은 상태였고, 온 몸에는 지옥녀들의 손톱으로 인해 생긴 빨간 줄들이 그어져 있었다. 겟슈는 덕민의 성기에서 찔끔찔끔 나오는 피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당신은 누군데 나를 만나자고 했죠?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지옥녀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정말이지 여자들이 이렇게까지 징그러운지 몰랐습니다.”
 
  덕민은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겟슈가 말했다.
  “지옥에서 지내기가 힘이 드는 것 같군.”
  “말도 말아요. 이승 때에는 한 명의 여자라도 더 꼬시려고 애를 썼는데 여기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예쁜 여자들이 그냥 달려드는 걸요. 이제는 정력도 다 되어 피가 나온다고요. 언제까지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지 앞이 깜깜합니다.”
 
  겟슈는 덕민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지금은 형편없는 몰골을 하고 있지만, 이승 때에는 꽤나 잘생긴 얼굴로 많은 여자들을 울렸겠구나 생각했다. 그는 이 덕민이라는 남자에게 크나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단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한 젊은 저승사자 때문에 만나보기로 한 것이다.
 
  “이승에서는 무슨 일을 했지?”
  “이승 때요? 까마득한 옛날 일 같군요. 그냥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회사 여직원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죠. 아마 그 때문에 죽어서 이 고생을 하는가 봅니다.”
 
  겟슈가 조심스럽게 한 여자 이름을 말했다.
  “이쥬리라고 아는가?”
  “쥬리요? 물론 알고 말고요. 나를 죽인 여자죠. 정말 나쁜 여잡니다.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했는데도 나를 죽였으니 말이죠. 정말 황당하더군요. 원래 그녀의 친구를 먼저 알게 되었죠. 그런데 그 여잔 너무 촌스럽고 섹스도 너무 수동적이라 재미없었어요. 그런데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면서 쥬리를 소개하더군요. 쥬리는 너무 귀여웠어요. 한 눈에 감칠맛 나는 여자라는 걸 알았죠. 섹스 면에서는 어떨까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쥬리에게 접근을 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는데, 옥상에서 나를 밀어 버릴 줄이야. 그 여자도 내 뒤를 따라서 죽었죠. 저승에 같이 올라와서 그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여자는 왜 물어 보는 거죠?”
 
  “그냥 관심이 있어서.”
  “그 여자는 지금 어떤 지옥에 있나요? 벌거벗은 남자들을 향해 두 다리를 쫙 벌리고 있는 지옥에 있을 것 같은데, 맞나요? 정말 악질 같은 여자야. 나를 이 고통 속에 묶어 버린 것도 알고 보면 그 여자 때문이라고요.”
 
  “쥬리는 지금 저승사자로 있네.”
  “맙소사. 그 여자가 저승사자로 있다고? 흥, 출세했군. 보나마나 염라에게 꼬리를 친 모양이로군. 빌어먹을.”
 
  “음, 나는 그만 가봐야겠는 걸.”
  “아니, 잠깐만요.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고작 그녀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기 위한 것뿐인가요?”
 
  겟슈가 천천히 말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조만간 자네가 필요해질지 모르겠군. 그때 다시 오지.”
 
  겟슈는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하며 쉬고 싶어하는 덕민을 남겨놓고 성의 지옥을 나왔다.
 
  지옥에서 더 이상할 일이 없어진 그는 지옥 책임자의 방으로 가서 출입증을 반납했다.
 
  하데스가 물었다.
  “다 만나 보았나 보군. 이들을 지금 빼 줘야 하나?”
  “쇼이치, 도노무라, 마사오, 후미다만 빼주세요.”
  “김덕민은 필요없나 보군.”
  “그 자는 아직 필요하지 않습니다만 조만간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니 어느 정도 기운은 남겨놓아 주셨음 합니다.”
 
  “그래, 좋도록 하게.”
  겟슈는 서둘러 지저분한 지옥에서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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