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10 새로운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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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10 새로운 모험

  Act.10 새로운 모험
 
  겟슈는 어제 엑스에게 당할 뻔한 흉가로 다시 내려왔다.
  흉가는 언제나처럼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겟슈를 맞이했다. 밤새 눈이 내렸는지 흉가의 지붕 위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고, 처마 끝에는 악마의 이빨처럼 보이는 고드름이 숭숭 돋아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가죽옷으로 치장을 한 엑스가, 두려운 눈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영혼 하나를 데리고 나타났다. 겟슈는 엑스가 데려온 몰골 사나운 영혼이 저승 컴퓨터의 사진으로 본 문영오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엑스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늦었군. 오래 기다리진 않았겠지, 친구. 오늘은 얌전하게 있을 테니까 그 무서운 무기는 꺼내지 말도록 하게. 자네 손가락이 고장나서 실수로 내 불쌍한 영혼이 사라지기는 싫으니까 말이야.”
 
  겟슈는 문영오의 영혼을 보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살인을 하고 죽은 영혼은 대체로 억세어 다루기가 힘이 드는데 한 명도 아니고 여섯 명이나 살인을 한 문영오는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겨우 서있는 정도였다. 게다가 문영오는 두려움에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다. 겟슈는 엑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추측할 수가 없었다. 엑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제 새로이 거래를 시작해 볼까, 친구?”
  겟슈는 눈을 치켜들었다.
  “거래라니? 거래는 이미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아, 어제의 그 영혼에너지 말인가? 후후, 이거 왜 이러시나. 그 정도로 우리가 만족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생각을 해 보니 이 영혼은 꽤나 값어치가 나갈 것 같단 말이야. 얼마 되지 않는 영혼에너지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값어치라고 나는 판단을 했어. 그래서 새로이 거래를 하고 싶은 거야.”
 
  “비겁한 놈.”
  “하하하,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이 영혼을 그냥 내가 흡수하는 수밖에. 별로 맛은 없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되면 당신이 곤란해지겠지.”
 
  엑스는 조롱하듯 웃었다. 겟슈가 말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너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어.”
  엑스는 겟슈의 협박을 코웃음으로 받아쳤다.
  “원한다면 마음대로 해. 지금 당장 영혼제거총을 꺼내어 나를 겨냥해 봐. 후후,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걸.”
 
  엑스의 뒤에 숨어있던 몇 명의 영혼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제 겟슈에게 덤벼들었던 영혼들보다는 한 단계 강한 자들처럼 보였다. 겟슈는 그들 중 몇 명은 예전에 그의 밑에 있었던 저승사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혼제거총으로 이 많은 인원을 한번에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누가 사라지건 간에 이 중 하나는 이 가엾은 영혼을 송두리째 흡수해 버릴 거야. 그렇게 되길 원한다면 얼마든지 나를 없애 보라고.”
 
  “...”
  “후후, 어때? 당신보다는 내가 머리가 더 좋지? 하하하.”
  겟슈는 머리를 굴렸다. 당장 영혼제거총으로 엑스를 없애고, 문영오의 영혼을 흡수하려는 자부터 하나씩 제거한다면 시간은 충분할 듯 싶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하게 되면 엄청난 결과가 초대된다. 지금 겟슈는 모험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영혼제거총을 꺼내려던 손짓을 그만 두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 무엇을 원하지? 영혼 에너지라면 조금은 더 줄 수 있다.”
 
  “아아, 영혼 에너지 따윈 그리 필요하지 않아. 에너지가 필요하면 아무 영혼이나 흡수해 버리면 되는 일이니까. 이 가엾은 영혼의 대가로 그런 시시한 것을 받을 수야 없지.”
 
  “그럼, 무엇을 원하는 거지?”
  겟슈의 말이 끝나자마자 엑스는 서류가 들어있는 봉지를 어제 겟슈가 했던 것처럼 그의 앞에 내팽겨치 듯 던졌다. 겟슈의 눈이 순간 꿈틀거렸다.
 
  “그 명단에는 영혼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내가 이승에서 활약할 때 나와 우정을 교환했던 전우이자 친구들의 명단이지. 그 중 일부는 다시 환생했겠지만 워낙 나쁜 짓들을 많이 해서 아직은 지옥에서 유황불에 달구어지고 있을 거야. 그들을 나한테 돌려줘.”
 
  겟슈는 화가 난 듯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우리에겐 지옥에서 형벌을 받고 있는 영혼을 빼돌릴 수 있는 힘이 없어. 그건 무리라고.”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이 가엾은 영혼의 맛을 음미해 봐야겠군.”
 
  엑스는 정말로 문영오의 영혼을 흡수하려는 듯 손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거머쥐었다. 머리가 잡힌 문영오는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아는 듯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겟슈가 말렸다.
 
  “그만 둬.”
  “으흐흐. 이제 생각이 바뀐 모양이로군.”
  “좋아, 들어주겠다.”
  “하하하.”
  엑스의 웃음소리가 역겹게 들려왔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그럼 오늘밤에 다시 만나도록 하자. 그때까지 명단에 있는 영혼을 데리고 오도록 해. 거래는 그때 다시 한다.”
 
  겟슈는 말없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들었다. 엑스가 잊었다는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아, 그리고 이 녀석의 영혼 대신 끌려갔다는 영혼도 함께 갔다주었으면 하는데.”
 
  “문영호의 영혼을? 그건 왜지?”
  “아, 그 영혼의 이름이 문영호인가? 이름도 비슷하군. 특별한 이유는 없어. 단지 그 녀석이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실수로 저승사자에게 불려갔는지 보고 싶을 따름이야. 그리고 알고 보면 그 녀석 때문에 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거 아니겠어. 어차피 자네들에게는 쓸모없는 영혼 아닌가. 괜히 저승에 있어봐야 불안한 존재일텐데 우리에게 넘기라고.”
 
  “생각해 보지.”
  “좋아, 그럼 12시간 뒤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친구.”
  엑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부하들과 문영오의 영혼을 데리고 사라졌다. 겟슈는 다시 패배를 당한 기분으로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빌어먹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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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겟슈는 염라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염라는 기꺼이 그 면담을 받아 들였고, 잠시 후 겟슈는 염라의 방으로 불려갔다.
 
  “새로운 조건이라고?”
  겟슈의 이야기를 들은 염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예전에 엑스와 같이 일하던 자들입니다. 명단에 있는 자들을 조사해 보니 세 명이 아직 지옥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마 세력을 키우기 위한 수작 같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조건이로군. 자네가 보기에 그들이 위험한가?”
  “개개인의 힘을 보면 형편없지만 엑스와 뭉치게 된다면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엑스의 세력으로 보면 상당히 도움이 되는 자들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저승과 동등한 세력으로 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머리가 좋은 놈이군. 그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으음.”
 
  염라는 생각에 잠겼다. 알 수 없는 초조함이 엄습해 왔다.
  겟슈가 말했다.
  “그들과의 거래는 없던 것으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차라리 문영호를 세뇌시키는 편이...”
 
  “몇 시간 전에 위로부터 전문이 왔네. 다음 주 내로 감사가 있을 예정이라는 군. 감사 전까지 앞으로 며칠 남지 않았어. 질질 시간만 끌다가는 죽도 밥도 안돼.”
 
  “그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게.”
  “하지만...”
  “분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잖나. 문영호의 영혼을 세뇌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고, 세뇌시킨다 해도 성공할 보장도 없지 않은가. 지금은 모험을 하고 싶지가 않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문영오의 영혼을 데려오게. 문영오의 영혼을 입수하는 즉시 엑스를 없애 버려. 더 이상 엑스에 대해서도 신경 쓰기 싫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문영호의 영혼도 포함시킵니까?”
  “그들이 왜 문영호의 영혼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군. 그렇게 약한 영혼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
 
  “아마도 문영호로부터 저승의 소식을 듣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그들은 이곳 저승사자들을 포획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엑스들에게 당할 것을 우려해서 저승사자들의 공격능력을 늘려놓았기 때문인지 근래에는 당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 때문에 저승의 최근 정보를 문영호를 통해 듣겠다는 속셈이겠지요.”
 
  “그렇다면 그 점은 안심해도 될 듯 싶군. 문영호가 저승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는 것뿐일 테니까. 그럼 그 자도 같이 엑스에게 주어 버리게.”
 
  “알겠습니다.”
  겟슈는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염라를 남겨놓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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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호는 자신이 잠에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기다림에 지쳐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계산해 보려 했지만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이 이승에 있을 때와 달랐기 때문이다.
 
  “언제쯤 나는 되돌아 갈 수 있는 거지. 이틀은 훨씬 지난 것 같은데.”
 
  그는 침대 맡의 수화기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이제는 안내원의 기다려 보라는 말도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 안내원에게 염라를 만나게 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결국 소용이 없었다. 염라에 대한 불신감이 자꾸만 커져갔다.
 
  “정말 나를 이승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이곳에 잡아 두려는 속셈은 아닐까? 답답해 죽겠군. 도대체 밖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 모든 건 그 쥬리라는 아가씨가 나를 잘못 데려와서 생긴 일이야. 만나기만 해봐라. 한 대 때려주고 말겠어.”
 
  영호는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기다림도 기다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심심함이었다. 신문, 잡지도 없고, 이승에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텔레비전, 라디오도 없었다.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영혼이 있었다면 그래도 기다리는 것이 답답하지는 않을텐데.
 
  영호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걷어차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잠을 청하기 위해 다시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것은 잠을 청하기 위해 이리저리 뒤척인 끝에 겨우 잠이 들 무렵이었다. 영호는 그 소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들어온 것은 검은 두건을 쓴 자였다. 그 모습은 흡사 영혼을 데려가기 위한 악마의 모습 같아서 영호는 소름이 오싹했다.
 
  “당신은... 누굽니까?”
  “당신을 데리러 왔습니다.”
  순식간에 영호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쳤다.
  “그럼, 이제 이승으로 되돌아가는 건가요?”
  검은 두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갔다. 영호도 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조용히 하고 나를 따라 오도록 해요.”
  영호는 기뻐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제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문 선배며 미스 한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기분이 들떠졌다. 그는 말없이 앞으로 가는 검은 두건을 따라가면서, 이승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을 먼저 할까 생각했다.
 
  ‘우선 문 선배에게 저승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어야지. 문 선배가 내 말을 믿을까? 하긴 문 선배 같은 사람이 죽었다가 깨어난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겠지. 미스 한도 보고 싶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착한 아가씨였어. 미스 정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아. 내가 저승에서 돌아온 걸 미스 정은 기뻐해 줄까?’
 
  복도는 예전처럼 조용했다. 지나가는 영혼 하나 없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영호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염라와 만나게 될 거라 예상을 했는데 검은 두건은 자꾸만 이상한 복도로만 가는 것이다. 염라의 방에 도착했어도 아까 도착을 했어야 하는데.
 
  “도대체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염라의 방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요?”
 
  검은 두건이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영혼제거실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영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영혼제거... 방이라고요? 그곳은 뭐하는 곳이죠?”
  “영혼을 말끔하게 제거하는 곳이죠. 이승에 비유한다면 사형집행장 같은 곳입니다.”
 
  영호는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리고 말았다.
  “아니, 뭐라고요? 지금 농담하는 겁니까? 이봐요, 나는 그곳에 갈 이유가 없다고요. 나는 잘못 데려온 영혼이고, 염라가 다시 이승으로 되돌려 줄거라 약속을 했단 말입니다.”
 
  “그 말은 거짓말이에요.”
  검은 두건은 영호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두건을 벗어 졎겼다. 쥬리의 긴장한 표정이 영호의 시야에 들어왔다. 영호는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맙소사. 쥬리. 당신이 어떻게...”
  “긴말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아저씬 지금 위험해요.”
  영호는 쥬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위험하다고? 내가 보기에는 아가씨가 더 위험해 보이는데.”
  “염라의 말을 믿지 말아요. 그는 아저씨에게 거짓말을 했을 거예요. 염라는 절대로 당신을 이승으로 돌려보내지 않아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염라는 분명하게 나하고 약속을 했다고, 다시 돌려보내 주기로.”
 
  “거짓말이에요. 염라는 아저씨의 영혼을 소멸시키려 해요.”
  “나를 영혼제거실로 끌고 가려 한 것은 염라가 아니고 아가씨잖아.”
 
  “아저씨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그런 거 뿐이지 실재로 영혼제거실로 가는 건 아니에요. 잠깐동안 피해있을 곳으로 가는 거예요.”
 
  “말도 안돼. 난 절대 아가씰 따라가지 않겠어!”
  “왜 그래요? 아저씨, 잘못하면 소멸된단 말이에요.”
  “아가씨 말을 어떻게 믿지? 내 영혼을 착각해서 잘못 데려온 것도 아가씨잖아. 그런 아가씨의 말을 또 믿으라고? 난 절대 못 믿어. 절대로 아가씰 따라가진 않겠어.”
 
  “정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금 이러고 있으면 들킨단 말이에요. 제가 자세히 설명을 해 드릴 테니 저를 따라오세요.”
 
  “아니, 난 다시 방으로 돌아가겠어. 아가씨가 영혼제거실인가 뭔가로 데리고 갈지 어떻게 알아.”
 
  “아저씬 지금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 모르고 계세요. 염라는 아저씨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있다고요. 그래서 영혼을 제거시키려 하고 있는 거고요.”
 
  “왜 내가 눈에 가시지? 내 영혼을 제거할 이유가 없잖아. 다시 되돌려 보내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그렇지가 않으니까 문제죠. 지금 저승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아저씨는 그 희생양이고요. 그 때문에 염라는 아저씨의 영혼이 제거되길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아저씨는 사라져요.”
 
  쥬리는 안타까운 듯이 영호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저승의 입구에서 망설이던 영호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었다. 진실성과 슬픔이 같이 섞여 있던 그 눈빛은 영호를 설득시키고 있었다.
 
  영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냐, 아가씨는 나를 다시 궁지에 몰아 넣으려 하고 있어.”
  “아니에요. 전 아저씨를 도와주려는 거예요. 아저씨는 도망쳐야 되요.”
 
  “도망?”
  “그래요. 도망쳐야 돼요. 염라로부터 도망을 쳐야 된다고요. 제발. 난 나 때문에 아저씨가 피해를 보는 것이 싫어요. 그래서 이렇게 아저씨를 도와주려 하는 거예요. 그러니, 제발 저를 따라오세요.”
 
  쥬리는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영호는 망설였다. 쥬리의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저승의 입구에서 쥬리의 말을 믿고 저승으로 들어왔다가 지금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안내원들이에요. 빨리요, 아저씨. 저를 따라오세요.”
  영호는 서둘러 결심을 해야했다. 쥬리를 믿느냐, 방으로 돌아갈 것이냐.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서둘러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내원들에게 발견되더라고 방문이 열려 있어서 바람을 쐴 겸 나왔다가 길을 잃었다고 하면 된다. 그럼 안내원들은 의심 없이 그를 다시 방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면 염라가 이승으로 되돌려 보내주겠지. 그래, 그렇게 하면 돼. 그러면 문제는 해결되는 거라고. 이 아가씨의 말은 애초부터 들으면 안되었던 거야.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려올 때 영호가 말했다.
 
  “좋아, 가자고. 아가씨를 믿겠어.”
  “좋아요. 저를 따라오세요.”
  쥬리는 복도를 뛰어가다가 한쪽 모퉁이에서 턴을 했다. 영호도 역시 쥬리를 따라갔다. 쥬리를 따라가면서 영호는 자신의 결정이 올바른 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아냐. 쥬리의 눈빛은 진실했어. 설령 거짓말을 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잖아. 내 운명이 쥬리 때문에 바뀌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운명 역시 쥬리에게 맡겨 보는 수밖에.’
  그것은 새로운 모험의 시작을 경고하는 결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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